영업비밀 3요건과 반도체 배치설계권 — 계측 엔지니어가 본 신지식재산권
오늘은 산업재산권·저작권 다섯 권리 바깥의 새 권리들이다. 단원 제목이 "신지식재산권"인 이유는 기존 5 권리로는 보호 안 되는 영역이 늘어나서 따로 묶었기 때문이다. 데이터·AI·반도체·영업비밀·식물·퍼블리시티 — 한 단원에 묶이지만 본질은 다 다르다.
오늘 공부 기록
- IPAT: 약 70분 (제2편 5장 신지식재산권)
1. 반도체 배치설계권 — 박사 분야와 한 글자 차이로 갈라지는 영역
반도체 배치설계권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회로 배치 설계를 보호한다. 보호기간은 등록일+10년 또는 최초 상업 이용+10년 중 빠른 것.
본인 분야가 반도체 광학 계측이다. 회로 배치설계와는 한 글자 차이로 갈라진다. 광학 계측은 만들어진 회로를 측정·검증, 배치설계는 회로 자체를 설계. 두 영역이 같은 반도체 안에 묶여 있지만 IP 보호 권리가 완전히 다르다.
회사 다닐 때 측정 데이터·측정 알고리즘·측정 결과 리포트가 다 산출됐는데, 이 중 어떤 게 어떤 권리로 보호되는지 한 번도 정리해본 적이 없었다. 오늘 책을 보면서 한 줄 적었다 — 측정 결과는 영업비밀, 측정 알고리즘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또는 특허, 측정 장비 외관은 디자인, 장비 이름은 상표. 한 데이터에서 4가지 권리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.
2. 영업비밀 — 회사 시절 한 번도 의식 안 한 권리
영업비밀이 오늘 가장 찝찝한 단원이었다. 부정경쟁방지법 §2 2호. 보호 요건 3가지:
-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 (관리성)
-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 (유용성)
- 일반에 알려져 있지 않을 것 (비공지성)
3 요건 동시 충족. 비밀로 관리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 — 회사가 "이건 비밀이다"라고 명시 표시하고 접근을 통제하는 것. 그냥 마음속에 "이건 비밀이지" 하는 건 영업비밀이 아니다.
회사 다닐 때 받은 측정 노하우·고객 리스트·교정 방법 같은 정보가 다 영업비밀 영역이었다. 그런데 보안 서약서 사인은 했지만 그 서약서를 읽지 않았다. 어떤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5년을 일했다.
퇴사 시 보안 서약서를 다시 받는데, 그때 처음 "아 이런 게 영업비밀이구나" 알았다. 한 글자 차이가 답을 뒤집는 영역이 IP라고 했던 게, 한 사인 차이로 형사 처벌까지 갈 수 있는 영역이 영업비밀이다.
3. 데이터·AI 학습 (TDM) — 2026 가장 뜨거운 단원
2024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추가된 영역. TDM (Text and Data Mining) — 텍스트·데이터를 대량으로 자동 분석하는 행위. AI 학습이 대표 케이스다.
핵심 한 줄.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, 학술·연구 목적의 TDM은 저작권 침해 X. 단 상업적 AI 학습 데이터는 별도 라이선스 필요. 이 한 줄이 ChatGPT·Claude·Gemini 같은 상업 모델에 적용된다.
본인 SCI 논문 14편을 떠올렸다. 그 논문들이 어느 시점에 어느 AI 모델 학습 데이터로 들어갔는지 모른다. 저작권 양도 동의서에 사인한 출판사가 그 권리를 OpenAI나 Anthropic에 라이선스 했을 수도 있고, 안 했을 수도 있다. 추적이 불가능한 영역이다.
그런데 정작 박사가 그 학습 데이터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진지하게 떠올렸다. 매일 ChatGPT나 Claude에 질문할 때마다, 내 옛 논문이 그 모델 어딘가에 녹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묘한 기분이다.
4. 식물신품종권·퍼블리시티권·도메인 — 1줄 정리
나머지 3 권리는 시험 출제 비중이 낮아서 한 줄로만 박았다.
- 식물신품종권: 종자산업법. 새로 육성한 식물 품종 보호. 등록일+20년 (또는 25년, 나무·포도 등 장기 작물).
- 퍼블리시티권: 유명인의 성명·초상·음성을 상업적 이용할 권리. 한국은 명문 규정 없고 판례로 인정.
- 도메인 이름: 인터넷주소자원법. 부정 목적 도메인 등록·이전 금지. 사이버스쿼팅 방지.
퍼블리시티권이 한국에서 명문 규정 없다는 게 의외였다. 미국·일본은 명확하게 법으로 잡혀 있는데 한국은 판례로만. 이 부분이 시험 함정으로 자주 나온다는 게 책 옆 메모에 적혀 있었다.
5. 신지식재산권의 본질 — 권리 분류는 시대를 따라간다
오늘 단원을 다 본 후 책을 덮으면서 한 줄 적었다. 신지식재산권은 본질이 다 달라서 같은 단원에 묶기 어색하다. 반도체 배치는 디자인 영역, 영업비밀은 부정경쟁방지 영역, 데이터·AI는 저작권 확장, 식물은 농업 영역, 퍼블리시티는 인격권 확장. 그런데 한 단원에 묶인 이유는 단순했다 — 기존 5 권리가 못 잡는 영역이라서.
법은 새 산업이 나올 때마다 따라간다. 1980년대 반도체가 뜨면서 배치설계권이 생겼고, 2020년대 AI가 뜨면서 TDM이 추가됐다. 다음 단원은 무엇이 될까. 양자컴퓨팅? 뇌-기계 인터페이스? 합성생물학? 책 옆에 한 줄 더 적었다 — IP 학습은 끝나지 않는다.
6. 마무리 + 내일 (D-3, 5/20 화)
오늘 영업비밀 단원이 가장 무거웠다. 5년간 회사 다니면서 한 번도 의식 안 한 권리가, 시험 책 한 단원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게 약간 헛헛했다.
댓글
댓글 쓰기